산행

설악산 (2011년 7월 10일--7월11일 무박 우중산행)

규래☆ 2011. 7. 12. 12:06

 

아무런 정보없이 그냥 그야말로 "설악산 가자~ "

그말에 오케이하고 따라 나섰다

 

비님 소식에 모두들 걱정하는 와중이지만,

나는 상관 없었다..

 

떠난다는 것 자체로 오케이..

 비가 오든 말든..

목적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모르는 곳에서 색다른 체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흥분된다

 

7월10일 밤 10시 갈비탕으로 간단한 저녁을 먹고..

봉고차에 앉아 설악산으로 출발..

 

중간 휴게실에서 내려 중청대피소에서 먹을 거리를 가방에 나눠 담는다..

요리 못하는 나는 빈가방으로 와서 한가방 담는다..

어린 제가 들께요~!!!

그렇게 씩씩하게 가방매고 오르는 길

7월11일 새벽 1시40분 시작

헤드렌턴 주신분께 감사하는 맘으로 앞에 가는 사람 발만 보고 걷는다..

드디어 비님 오시니. 가방안에 우비를 꺼내입고

또한 우비 주신님께 감사하면서 또 걷는다.

 

정말 경험이 많으신 분 아니면 안내가 불가능한 

발빝에 돌과 흙과 바로위에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비가 와서 길 중간 중간에 물이 고여서 발이 빠지기도 하고

중간 중간 돌들이 하늘에서 내려꽂은듯 작은 칼바위처럼 서 있다..

비가 왔음에도 발이 돌에 착착 달라붙으니..

캠프라인 신발 정말 좋다^^*

 

 그리 경사지지도 험하지도 않은 비슷한 길이 계속 반복되니..

이 길이 맞나 경험자도 반신반의 하면서 확인하고 안심하고 또 가고.. 가고...

나중에 알았다..

거기가 한계령 서북능선길이란  걸..

난 체질인지.. 지치지 않는다..

늦게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 때문에 선두정지~~!!  소리를 들으며..

가다 서다 가다 서다  반복되었다.

 

새벽4시가 되니..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새벽 5시 새소리와 함께 완전한 아침이 되었다..

드디어 들어나는 설악의 정체..

 

해뜨고 처음 본 운무..

 

5시19분

 

5시22분

 

 

5시 35분

 

 

겹겹이 쌓인 산중 저 끝에 운무가 너무 멋있게 실체를 드러낸다..

다들 환호를 지르며 사진을 찍는다..

내 앞길만 보고 걷다 잊었던 선애 언니 뒤늦게 올라온다..

반가운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눈이 쑥 들어가고 마스카라 번져있고.

무릅이 아프단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이제 다 왔나 싶었는데..

다시 또 비슷 비슷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비슷한 나무 비슷한 꽃 비슷하게 생긴 길이

어.. 여기 지나간 것 같은데.. 할 정도로 비슷한 길이 계속 재탕된다..

생전처음 걸으면서 나는 졸았다 졸립고 배고팠다..

이웃님 블로그에서 본 길은 이런 길이 아니었는데..

내가 의아해 하자,

비 오는 날에는 통제를 하니.. 일부러 지키는 사람 없는 길을 택한거라고 한다..

 

 18명이 오른 산행

깜깜했던 길은 헤어지면 낙오된다고  떨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며 함께  줄줄이 걸었지만..

해가 뜬후 오르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다들 자기 속도대로 걷는다.

점차 간격이 벌이지고..

어느 새 홀로 되었을 때.. 길치인지라..

공포감에 앞으로 뛰다시피 가보니..

한 남자가 나무에 걸터앉아 비옷을 입고 잠들어 있다..

하하.. 얼마나 반갑던지...암흙속에서 함께 걸었던 일행이다..

녹색산초비옷으로 온몸을 감싸고 모자까지 두르고 빨간 바지를 입고 있으니..

스머프같다.

하얀 안개속에 우중산중에서 나무가지에 앉아서 졸고 있는 스머프..

인기척에 부스스 눈을 뜨시더니..

이런줄 알았으면 안 왔을거라고..

이거는 산행이 아니고 극기훈련이라고 다시는 안 온다고.. 투덜거리신다. ㅍㅎㅎㅎ

그때는 우리 모두 그런맘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왜 왔을까.. 하는 맘...

그래도 가야하는 갈 수 밖에 없는

가다보니..

 

끝청이란다 시계보니 7시

(끝청(해발 1610m)이며, 중청대피소까지 2.6km남았다는 표지판이 있다..)

더 올라와서 끝청 갈림길 표지판..

그니까.. 2km를 온거군..

 

하하.. 쌩쌩하죠^^*  날밤 샌 여자 같지 않죠?^^*

 

 

6시45분에 지났던 아치나무 

 

 

능선길을 올라서서 뾰족바위에 앉아..

바람에 맘낏하며

내려다 보는 운무..

자유를 느낀다..

 

그냥 한번 찍어 본 셀카.. 흅 맘에든다..

어라... 실물보다 잘 나왔다..ㅍㅎㅎ.. 20장은 찍었나보다..

이목구비 뚜렷하고 피부도 괜찮아 보이고

날밤샌 여자얼굴치고는 비를 맞아 싱그럽기까지 하다..ㅋㅎㅎㅎ

 

10분쯤 걸으니.. 발밑에 꽃길이다..

아하. 봄에 보았던 꽃잎 뿌려진 길..

초록잎위에 하얀 꽃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이것 좀 찍어봐요.. 아무리 소리쳐도 그냥 지나간다.

멋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인물사진만 찍는 뽐쟁이..

 에그.. 할 수 없이 나도 지나친다.

그래도

비오는 중에 폰 망가진다 면서도 내내 사진기사가 되어 주었으니 감사한다..

잠은 달아나고.. 장난치다 걷다 보니.. 드디어 하얀 안개속에 대피소 발견..

야호!!!!!  저기가 우리 밥먹는데예요 ^^*

중청대피소 도착 8시

 

 

 

 

 

배가 고팠지만 그리 잘 먹히지 않는다..

밥 김치 라면 계란 여럿이서 니꺼내꺼없이 젓가락질하고..

난 좋아하는 계란만 묵은김치와 함께.. 우걱우걱..

지쳐있던 선애언니.. 막걸리 보고 다시 신이나고..

부상자외 싫은 사람 빼고..

일부만 정상을 간다..

 

대청봉 돌비석 도착 8시 54분 (시작시간으로부터 8시간 소요)

 

대청봉 가는 길에는 나무들이 다 키가 작다..

그리고 들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하얀꽃 핑크꽃 보라꽃..

대청봉 돌비석 잡고 다들 인증샷 찍는다..

 

 

 

 

난 꽃들에 더 관심 많은데.. 기사가 안 따라왔다..

정상에 오른 기쁨때문인지 안전실장님..

귀래야 업어줄까.. 그러신다..

여기서 업고 내려가실 수 있어요?

물론이라시지만..

난 그저 웃고 만다..

뒤늦게 올라온 기사.. 열심 사진 찍어 주시고..

 

 

 

이제 어디로 가나요??  온길로 다시 가진 않겠죠?  우리 모두 같은 맘..

(징했다요.. 다시는 안가고 싶은 길 한계령에서 끝청가는 길)

9시31분 하산시작

 

 

다 가방 맸는데.. 혼자 스틱만 잡고 가는 선애언니.. ㅋㅎ 할머니 같다.. 우연히도 같은 보라색 우비..

잘 보면 스마트폰에 물방울 묻었다..

 

10시25분 하산시작후 한시간 후.. 바위에서 쉬는데.. 지나가던 기사 자연스레 포토타임 시작..

 

 

 

 

 

12시26분 계곡길 들어서면서..

 

 

소청 (해발 1550m) 9시 54분

(희운각대피소 1,3km  양폭대피소3.3km 공원입구(설악동)9.8km)

헉!!! 

비님은 꾸준하게 계속 오시고..

빨깡 녹색 보라색 핑크색 하늘색 가지각색의 우비입은 우리들 안개속에 하산한다..

금방 하산한 것만 같은데.. 다 온거 같은데 하고 걷다보니..

점점 해님 밝아지고 구름 걷히고 설악산의 비경이 눈에 들어온다..

공룡능선이라나.. 멋진그림 계속 이어지고..

 

12시35분 와우 탄성지르니.. 천당폭포(12시29분)

 

 

 

 

 

 

계곡길을 따라 철계단을 구비구비 건너며

 산한번 올려다 보고 계곡물 내려다 보고  우리는 정신 못차리고 철계단에서 가다말고 가다말고를 반복하였다

다 잊었다..

올라올 때 힘들었음을 .. 이런 보상 있을 줄이야.. 모두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즐겁게 하산..

희희 낙락 농담하며 사진 찍으며..

찍을건 많고 밧데리 부족하고...

 

(12시50분에 찍은 사진 아래 1,2,3,4)

 

 

 

 

 

이 사진 보니 동주 말이 이해가 되는군..

누나 그 나이에 귀여움 유지 할 수 있는 비결이 뭐에요? 

히히 작은키.. 통통한 살.. ㅍㅎ  보라돌이 맞네^^*

이 사진명은 "팔이 안 닿아요.." 간신히 손끝이 닿은듯..

 

 

희운각대피소에서 너무 늦는 일행들을 기다리며

철퍼덕 바닥에 앉았는데.. 다람쥐가 한 두 마리 몰려 들더니..

7-8마리 정신없이 왔다갔다한다.. 먹을거리 달라고....

빵도 억고 토마토도 먹고 오징어도 먹고 뭐든지 먹는다..

방울토마토 먹는 다람쥐 그림은 이쁘나.. 좋진 않다.

 

모두 지쳤다.. 쿨쿨 잠시 꿈나라로 - 희운각 대피소-

보라색 우의 입은 나만 다람쥐랑 신났다.

 

희운각 대피소 올라가는 길에..

어어.. 도망가는 다람쥐 계속 놓치다..

찍어 찍어 저기서 뽐잡고 있다.. 어서.. 하고 찰칵!!  성공!!~^^* 

짜식.. 여기서 보니 무지 반갑네 ^^*

 

무릅이상이 온 선애언니 - 부상자- 라 표현되고..

언제 올지 몰라.. 곁에 남자들 3명이 부축 한다는 소식들으며 먼저 하산한다

설악산 계곡의 돌들은 다 누드 같다..

연핑크 살구빛이다..

계곡감상 바위감상하며 걷다가..

철계단옆 나무잎 꽃잎 이름이 뭘까..

저 바위

꼭 개구리같이 생겼네..

이웃집 블로그에 가면 이름 있을까.. 이런 생각하며 가파른 철계단 올라가니..

 

귀면암( 비선대 1.5km) 오후1시 31분 (시작시간으로부터 딱 12시간)

 

비선대 오후 2시 6분

 

시흥사(? 밧데리없어서 시간 모름ㅋㅋ) 아무튼 13시간 산행끝!!!!!!!!!

오르기 8시간 내려가기5시간..

 

체해서 오르지도 못하고 밑에서 기다리던 일행을 만나

반갑게 막걸리 한잔하며 아직 오지 않은 선애언니와 통화시도..

연락이 안된다 모두 밧데리 제로상태..

 

체력이 안되면 오지를 말지 왜 와서 민폐냐는 불만의 목소리..

청숙언니는 선애언니가 빈가방으로 산행에 오른것도 불만..

청숙언니는 바리바리 싸 오는 사람.. 다같이 먹자고..

다들 무박우중산행으로 지친상태라..

난 마음이 불편하다..

'언니는 고소공포증 있고,

너무 긴 산행이라 겁이 나서 가방 안 들고 간거예요..

보기보다 겁이 많거든요..

다칠줄 알았나요..

그건 우연이 생긴 일

비난 할 일이 아니죠'

 맘속으로만  이야기한다..

 

2시간이 될지 3시간이 될지 모르는연한 기다림..

그래도

 선애언니 옆에 붙은 사람들이 산행선수들이며 힘좋은 남자들이니 믿는 수 밖에 없다.

 

여론은 "선애는 기본이 안 되었으니.. 다시는 데리고 오지 말란다"

음식점앞에서 간단하게 캔맥주..소주..마시며 나누는 얘기다.

안주는 육포가 전부..

다행히 나중에 합류한 일행중에 라면을 끓여준다..

 

이쁜 귀래라..

이쁜짓도 안했는데.. 왜 이뻐요? 하니 그래서 이뻐하는 거란다???

하하 아무튼 이쁘다하니 행복하기도 하고..

 

내게 안타까운 사람 선애언니

이해 못해주는 대중이 아쉽기도 하고..

 

선애언니 드뎌 하산했단다..

어디요?  어디? 하며

 안도감에 눈물이 주르르

 

나도 경험이 있다..

월악산 갔을때..

갑자기 무릅이 아파서 한발 한발을 겨우겨우 내디뎠던..

 

선애언니는 내가 울든 말든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말든

씩씩하게 걸어다닌다..평지는 걸을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자신 때문에 모두들 기다렸으니.. 서빙은 자기가 하겠다고...ㅋㅎㅎ

씩씩한 사람^^*

언니 좋은 사람이예요.. 미안해서 저러는 거예요..

그런데..

입도 웃고 눈도 웃는데..입으로도 괜찮다 하는데..

주르르 흐르는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내 맘대로 안되는 거다.. 에구구..

 

봉고차로 서울 상경

택시타고 집으로

아무도 없다

씻고 자다

 

 

개 개인은 그렇지 않으나..

대중은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야만적이다

그건 진심이 아니다..

그냥 분위기에 떠드는 잡음이다..

 

 

2011년 7월12일 m시작.

산행후 허벅지 아프기는 생전 처음이다. 

다리를 구부리면 허벅지 바깥쪽이 땡긴다.

 

 

하산후 올려다본 설악 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