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2012년 3월 22일 목요일 남편과 호명산

규래☆ 2012. 3. 23. 11:52

 

하루 전날 남편은 내일 비 온다던데...

그래도 가나? 하고 묻는다..

 그래도 가지.. 했다..

아들은 분명히 아빠는 안 갈거라고 내 귀에 속삭였다..  

나도 사실은 믿지 않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22일 새벽5시

 남편은 귀찮은 내색없이 당연하다는 듯.. 움직이는게 아닌가..

호 웬일~~  

약속장소인 롯데백화점 중동점으로 갔다.  (오전 7시 15분, 15분 지각)

남편은 구성원들을 보고 실망하는 듯..

롯데백화점 아웃도어 매장의 고객님들로 구성이 되었으니..

모두 한참 연배의 사모님들이다..

나는 와일드로즈 고객이다..ㅎㅎ

둘러보니.. 제일 어리다..

흥이 안 날 법도 하다..

 

여보.. 산을 보고 가야지..

사람보고 다니냐..

그럼 안 되는 거야..

하고 달랜다..

 

청평역에 내려서 개울을 건너서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숲길로 들어 선다..

굴봉산 오를때처럼..

커다란 잣나무들이 시원스레 뻗은 경사길..

굴봉산 오를때처럼 지그재그로 오른다..

 

남편은..훅훅 헉헉 몸을 조금 움직이더니..

그제서야 감각을 찾은 듯..

좋다.. 라고 한다..

 

관광버스는 함께 탔으나..

우리 나이도 있고 하여..속도가 빨라서  단 둘이 온 듯 둘이 걷는 시간이 많다...

정상을 찍고.. 4.8km 더 능선을 걸으니..

 어디 있다는 건가.. 하고 과연 있을까 했던 호명 호수다..

 

선두에 섰던 두 분의 사모님과

호명호수내의 벤치에 앉아서 떡과 초코렛으로 허기를 채운다..

사모님들은 등산은 기본이고..  

골프도 치고 해외 여행도 다니고.. 

그야말로 사모님다운 여유로운 생활을 하시는 듯..

해외 여행 에피소드.. 등산 경험담 등의  이야기 꽃을 피운다..

 

남편이 당신도 나중에 저렇게 늙었으면 좋겠다 한다..

 

 두 사모님들은 뒤쳐진 일행을 기다리다 지쳐 상천역에서 기다리겠노라고 하고  먼저 내려가고..

 

우리도

하산을 해서 단 둘이 맥주라도 한잔 할까 하다가

 내려가 봐야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던 버스안에서의 안내 멘트가 생각나서..

 상천역으로 가던 언덕길에서 다시 호명 호수로 돌아선다..

 

언덕을 오르니..

옛 생각이 난다..

엎어줘~~  ㅎㅎ 

 

옛날에 많이 업어줬지..

 

그런데. 지금은 왜.. 그래? 

업어 주기는 커녕.. 하고 쏘아보며.. 그동안 그가 한 행적들을 상기 시킨다.

 

남편은 피식 웃으며.. 에이.. 내가 못나서 그러니.. 앞으로는 안 그럴께..  

 잘할께 천사 여보~0   하고 애교를 부린다..

 

언덕옆 산길을 오르니.. 호명 호수 전망대다..

턱을 괴고 호수도 내려다 보고 지나 온 호명산 정상 가는 길을 되짚어 본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우리와는 반대로 상천역에서 올라오는

50대 중반이상 된 나이드신 어르신들 한 무리가 보인다..

귀엽다..

남편도 피식 웃는다.. 패거리들..이라나..

(조기 축구회 형님들을 보는 듯 한가 보다. )

 

정은 많은 사람이.... 어찌....

하고 난 뒷말을 속으로 삼키고..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 본다..

내 남편의 눈 코 잎.. 머리카락.. 

 

여보 나는

꽃이 피면 꽃보러 가고..

쭈꾸미 철이면 쭈꾸미 먹고

그렇게 자연과 호흡하며 살고 싶다..

일만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일주일에 한번은 스케줄 조정해서 나랑 같이 보냈으면 좋겠다..

 

에이.. 남자가 일을 해야지.. 그러면 되겠어.. 한다..

(일이 없음이 괴로운 남편.. )

 

아니 사장이 뭔데...

그런 스케줄도 못 마추나..

 

산에 오니까 좋지?

우물안 개구리 같은 각박한 맘을 스르르 풀어 주는 것 같지 않아??  하니

 

그건 그렇다 한다..

오랜만에 산에 오니.. 다 잊게 되고 좋긴 좋다고..

 

과연 그가 실천 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 같이 보내기로 한다..

산이든 들이든.. 바다든..

 

다음에는 광양의 매화마을에 꼭 가고 싶다가 계속 강조한다..

혼자라도 가겠다고..

ㅎㅎ

가고 말거야..

꽃이 다 졌을거라는데..

꽃이 없어도 좋다..

어디든. 가는 것 자체가 내게는 새로움이며 도전이다..

 

 

 

후후.. 오늘도 들었다..

남편이 예술하세요~~?

남편이 하는 말.. 구지 구체적인 신상을 얘기 할거 뭐 있나..

그냥 그런 계통이예요.. 라고 대답 하란다.

이제는 자신도 묻어가는 게 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나...

 

그냥 웃었다..

 

호명산은 다른 산보다 오르고 내림의 반복이 있고..

능선길에 키높은 나무들이 많고..  

들머리와 날머리에 잣나무숲이 있어서

달리기로 보면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하는 것처럼 조화로운 산이다..

 

높지 않지만, 지루하지 않은 산이다..

 

 

 

호명호수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