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눈물 나는 시 /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규래☆ 2014. 8. 22. 12:59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드렸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