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9일 진도에서 고동따기..
진도에서 마지막날..
큰시숙님께서 나를 포함한 두 제수씨를 위해서
아침 식사후
드라이브를 시켜 주셨다..
울금? 율금??
뿌리를 말려서 빻으면 생강 비슷한 노란 가루가 나온다는 ..
시숙님께서는 매일 이 가루를 드신다고 하신다..
아들 얼굴 찍고 싶었는데..
짜식이 기어코 거부한다..
자기야~~
바다보러 가자..
바람쐬러 가자..
계속 칭얼거리던 형님..
아이처럼 즐거워 하신다..
뮤직따라 흥얼흥얼
술은 안 좋아해도 노래를 잘해서 잘 논다는 형님..
집으로 돌아와
어제 남은 돼지고기를 쌂아서
마루에 앉아 점심을 해결한다.
큰시숙님께 산넘어 돔바(?) 돗바(?) 에 가자고 하신다..
집에서 뒹글면 머하겠느냐며..
뱃살도 뺄겸
한사람도 빠짐없이 가자고 하신다..
어머니 빨짝 뛰신다..
니네들은 (며느리들은) 할일이 태산인데 어디를 가느냐 하고..
아들네들은 출근하려면 뻗치는데 집에서 잠이나 자라신다.
나는 사실
집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다..
어머님은 하루종일 손노리를 하시고..
며느리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시니 집에서 낮시간을 보내는 일은 내게 고역이다..
저 따라 갈께요!!!
나는 안가본 미지의 세계
가고 싶다..
아들도 따라 나선다..
산을 하나 넘어 가는데..
길없는 길을 걸으니.. 얼굴에서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진다..
시원하다^^!!
전 이런거 좋아요^^~~
어제 동석산에서 못 흘린 땀방울이 넘넘 반갑다..
사우나를 하듯 시원하다..
아들은 짜증을 낸다.
이런데를 가자고 하다니.. 너무 하신거 아니예요!!
반바지를 입고 온터라..
나뭇가지에 종아리에 상처가 생긴다..
안타깝지만..
산중턱에서 내려가라 할수는 없다..
지호야..
어머님이 논도 밭도 없으신데..
이 산넘어
이 바다에서 고동을 잡고 미역을 줍고..
그렇게 일곱형제를 먹여 살리신거야..
할머니도 왔다 갔다 하시는 길인데 너라고 못하겠니.
할머니 혼자서 잡으시려면 얼마나 힘들겠니..
할머니 도와 주려고 가는거야..
안 먹으면 되지!!
안 먹을테니 하지 마라 해도 어머님 마음이 그렇지가 않아
해마다 밥상에 올리시잖니..
그렇게 달래고 달래서 산을 넘으니 바다가 보인다..
낭떠리지인에 내려 가는 길을 몰라
이리왔다 저리갔다 하다가
우연히 길을 발견하여 간신히 바닷가로 내려섰다..
이 곳에서 자란 시숙님들은 성큼 성큼 바닷가로 가신다..
바닷물에 흘러내린 땀방울을 씻어낸다.
그리고 고동잡기 시작~~
이거 소라같이 생긴거 이런거만 따는줄 알았다..
아들은 일박이일에서 보았다며 거북손같이 생긴것도 먹는거라는데...
이 지역에서는 안 먹는건지 그냥 패스한다.
처음 보았을때는 엄청 징그러웠는데...
차츰 익숙해진다.
인적이 드문곳으로 가면 더 많은 고동이 있겠지
시숙님의 보호아래 더 깊숙이 들어가 본다..
바닷물이 닿은 바위를 빙빙 돌면서 고동이 있는지 살피신다.
나와 아들은 신기하다고 구경만 하고..
(이미지 사진임 ㅎㅎ )
조금 미안스럽다..
노다지를 본듯이
여기도 있네..
여기도 있네..
하면서..
집중 하신다.
여기 게 있어요~~
하고 소리지르면 시숙님이 오셔서 잡아 주시고..
아들이 그물을 펼친다..
시숙님이 먹어 보라고 따 주신다.
어머님이 땄다는 미역이 이것이로군..
그 맛이군..
아들이 이끼로 미끄러운 바위에서 다칠세라..
지호야 조심해라
천천히 와라
아들만 살핀다.
30도가 넘는 여름날씨라
물속에 들어가니 시원하기까지 했으나..
해가 저무니
걱정이 된다..
아들과 나는 근교산인 수락산에서 길을 잃었던 적이 있는지라..
집에 가자고 재촉한다..
해가 저물면 암흑세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시숙님이 길치인것은 오늘에야 알았다..
그런데 운 좋게도
올때와는 다른
평탄한 길을 발견했다..
한사람정도가 지나다닐만한 산을 뱅글뱅글 도는 오솔길을 만나
아들이 이 길은 누가 만들었을까 하니..
시숙님
나뭇꾼이 만들었다고 대답하신다..
ㅎㅎ
그럴듯하다..
산을 돌고 돌고 도는 좁은길..
곧 제주도처럼 올레길이 생길꺼라 한다..
익숙한 마을길에 내려서니 어둠이 서렸다..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
바닷가에 다녀온 이웃이..
병어를 잡았다고
회를 쳤으니 먹으라 하신다..
병어에 진도 소주, 입새주를 마신다..
땀흘린 우리에게 회는 꿀맛이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다가..
밤 열시 서울로 출발
10일 새벽 5시 도착.
늘 그렇듯이
어머님 주신 음식들을 정리하고 잠시 눈 붙이고 출근..
어머님은 아들만 일곱을 낳으시고
딸이 없어서 그러신지..
씻고
스킨 로션을 바를라치면 음식에 화장품 냄새난다고 성화시고..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말리려 하면
머리카락 음식에 들어간다고 성화시고
집밖을 나서려면 할일이 이리 많은데 어디를 가느냐고 성화신데..
요번 명절은
어머님을 커버해 주시는 큰 시숙님덕에 산도 가고 바다도 가 보았다.
해마다
이런 외출이 있었으면 좋겠다..
배려해 주신 시숙님과 형님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