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지

언젠가 한국 아닌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아이가 독립하면???)

규래☆ 2013. 12. 20. 19:45

캐나다 이민에 대한 글을 읽으며 일부분 공감하고 또 한편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민을 생각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올립니다.


우선 저부터 소개하면 공무원이었다가 사표를 내고 말레이시아에 와 6년 째 거주하고 있는 50대 초반 가장입니다. 철밥통이라는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이곳에 왔을 때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이민(말레이시아는 이민이 아니라 이주입니다.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아니라 비자로 거주하니까요)을 생각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인생이 한 번 뿐인데 오직 한국에서만 살다가 죽기 억울하다,였습니다. 그 외 소소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것은 그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말레이시아 거주 6년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후회하지 않느냐?'일 것입니다. 왜 후회를 하지 않았겠습니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요. 낯선 타국에서 몸은 아프고 가진 돈은 달랑거리고 아이들 학비 독촉장은 날아오고, 집세도 밀리고...한국에 그냥 있었다면 편안히 나오는 월급만으로도 살 수 있었을 것인데, 하는 후회를 안 할 수가 없었지요. 그럼에도 저는 보따리를 싸지 않았습니다. 아니 싸지 못했지요. 한국으로 돌아가도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버텨 온 6년,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큰 아이는 대학에, 작은 아이는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집세가 밀리는 일도, 학비 독촉장을 받는 일도 없습니다. 통장에 큰 돈을 넣어두지는 못했지만 지인들에게 손 벌릴 정도는 아니게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말과 글로 다 못할 사정들이 있었지요.


결론으로 들어가 이민에 대한 결정을 어떻게 내릴까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자신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후회하고 또 많은 돈을 잃고 돌아가고 또 많은 사람들은 계속 지내면서 돈을 벌기도 합니다. 저는 이민을 생각할 때, 오직 경제적인 것만으로 결정을 한다면 후회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경제는 기본인 것이고 왜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교육인지, 타 문화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서인지, 진정으로 돈을 벌고싶어서인지 확실한 철학과 이유를 가지고 해외로 나온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막연히 한국적 문화와 교육이 싫어서, 선진국이면 더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에, 후진국으로 가면 적은 돈으로 여유있게 살 수 있을 것이란 환상으로 이민이나 이주를 생각한다면 실패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 사는 세당 다 똑 같다,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말레이시아 역시 사랑, 시기, 질투, 경쟁, 미움, 우정.. 다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치열하지 않고 매정하지 않습니다. 돈 벌기는 한국만큼 어렵습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비자문제와 아이들 교육, 경쟁력 따위에서 어려움이 크지만 또 그렇기에 살 방도도 많습니다. 어려움을 크게 보느냐, 다름을 경쟁력으로 보느냐는 개인의 차와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이민(이주)를 함에 있어서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몇 년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옵니다. 아이들 학교, 거주 지역, 비즈니스 따위 모든 준비를 마친 다음 보따리를 쌉니다. 실패할 경우 한국으로 돌아가 무엇을 할 것인지까지 계산하여 비행기에 오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왔습니다. 심지어 거주할 집도, 아이들 학교도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비행기를 탔습니다.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당연히 없었지요. 그렇다고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공무원 생활을 했으니 이곳에서 써먹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지요. 언어, 말레이어나 중국어는 물론이고 영어조차 거의 못했습니다. 돈은 1억남짓... 그냥 살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자심감 하나로 아이들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어떤 게 더 나은 방법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차이입니다. 치밀하게 준비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무턱대고 보따리부터 싸야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후자입니다. 아직 성공이라 할 수는 없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지 않은 것만으로도 저는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도 최선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적 문화와 가치에 물들어 그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건 학교에서 배운 '문화이기주의'입니다. 후진국이라 생각하는 말레이시아도 한국보다 나은 점이 많으면서 또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저는 나은 점에 감사하며 살고, 부족한 점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민, 최선은 아니지만 살면서 한 번 정도는 진지하게 고민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교육 등등 하고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