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지

담쟁이 넝쿨을 위하여

규래☆ 2011. 11. 6. 12:50

 

 

 

담쟁이넝쿨을 위하여

청하 권대욱

애당초 점 하나였던 삶은
침묵하는 계절엔 이승의 넋이어야 한다

휘감고 올라야 할 하늘이
누워버린 광야의 외로움을 알고 있었는지
이 땅에 회귀 못한 온기가 아쉬워
제 영육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이제 석양 가득 머금었던 갈바람이
안개 젖은 강에서 말없이 익어가고
바람 하나 담쟁이넝쿨에 얹히는 날
위대한 대지의 밤은
따수운 입김으로 덮어주었다

살포시 내려앉은 먼 산에서
으악새 내준 밤의 요정은 달빛으로 걸어와
잠 못 이룬 내 곁에 앉아 있어
마무리해야 할 시간을 넘어선 장벽 열어
담쟁이 이파리 하나 들고 첫 햇살에 비춰주련다
담쟁이넝쿨의 위대한 가을을 위하여.